[빈곤 늪에 빠진 150만 '한부모 가정'] [下] '싱글 대디'는 아이 키우기 더 힘겹다


[빈곤 늪에 빠진 150만 '한부모 가정'] [下] '싱글 대디'는 아이 키우기 더 힘겹다

<특별취재팀>

이인열 기자 yiyul@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김수혜 기자 goodluck@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김경화 기자 peace@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입력 : 2010.05.26 03:02 / 수정 : 2010.05.26 10:25

 

빈곤 늪에 빠진 150만 '한부모 가정' [下]
생활은 싱글맘보다 낫지만 양육 스트레스·외로움 심해
전문적 보육 서비스 절실

단독주택이 오밀조밀 모여선 서울 왕십리 언덕배기 주택가. 혼자 외아들(16)을 키우는 싱글대디 오종인(47)씨는 매일 아침 8시쯤 무거운 마음으로 방 두 칸짜리 월셋집을 나선다. 올해 고2에 올라갔어야 할 아들이 작년 추석부터 등교를 거부하고 자기 방에 틀어박혀 있는 까닭이다.

11년 전 이혼한 오씨가 아들 때문에 가슴 태우는 게 처음은 아니다. 아들은 중1 때도 여름방학부터 이듬해 2월까지 학교에 안 가고 방에서 게임만 했다. 대학병원 소아정신과에서 넉 달간 입원 치료를 받은 뒤 한동안 학교에 잘 다니다가 작년에 다시 드러누웠다. 학교 가라고 달래는 오씨에게 아들은 "우리는 왜 이렇게 구질구질하게 살아?"라고 했다. 오씨는 가슴이 먹먹했다.

오씨는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를 해가며 월 100만원 못 되게 번다. 하지만 이혼 때만 해도 오씨는 중산층이었다. 동대문 평화시장에서 직원 8명을 두고 한복에 기계로 수를 놓는 공장을 했다. 아들이 등교거부를 시작한 뒤 오씨는 아들을 돌보려 일을 줄였다. 부인이 남긴 빚도 갚아야 했다. 그가 빚 갚고 돈 벌고 아들 키우는 삼중(三重) 역할에 허덕이는 동안 사업은 계속 쪼그라들었다. 그는 2008년 폐업했다.

"빨리 빚을 갚고 재기하려고 아들을 노모(老母)에게 맡기고 사업에만 몰두했어요. 아이가 상처를 받았다는 걸 뒤늦게 알았지요. 내가 보듬어주지 못해 이렇게 됐나 하고 자책했어요. 하느라고 했지만 아무래도 아빠는 아이 키우는 게 서투르지요."

147만9110가구에 달하는 한부모가정의 20%(약 30만가구)가 싱글대디다. 경제적으로 보면 싱글대디가 싱글맘보다 조금 형편이 낫다. 싱글맘은 10명 중 4명(41%)이 법정 최저생계비 150% 이하(4인 가족 기준 월 204만원)를 벌지만, 싱글대디는 10명 중 2명(25%)에 그친다. 하지만 아이들 키우며 느끼는 좌절감과 외로움은 싱글대디가 훨씬 심하다.

2007년 한국한부모가정사랑회 황은숙 회장이 이혼 후 집단상담에 참여한 싱글맘 8명, 싱글대디 9명을 심층 면접한 결과, 싱글대디는 아이 키우는 스트레스가 상대적으로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들을 먹이고 입히고 씻기고 놀아주기, 학교 준비물 챙겨주기 등의 소소한 일이 아빠들에겐 엄청난 부담이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김승권 선임연구위원은 "싱글대디는 싱글맘에 비해 '아이를 잘 키우고 있다'는 자신감도 떨어지고, 좌절감·분노·외로움을 삭이지 못해 정서적으로 불안하거나 자포자기하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사회적 편견은 경제난, 양육부담과 함께 한부모가정을 힘들게 하는 3대 요인이다. 취재팀이 한국한부모가정사랑회와 함께 전국 한부모 290명을 조사한 결과, 싱글맘들은 10명 중 3명(29%)이 '쉬운 여자라고 얕보여 모욕감을 느낀 적이 있다'고 했다.

반면 싱글대디들이 부딪히는 편견은 조금 달랐다. 회사원 곽영수(가명·46)씨는 2004년 이혼 후 아들(16) 학교에 갔다가 30대 초반 여자 담임으로부터 "아빠가 키운 아이는 폭력으로 빠지기 쉬우니까 재혼하라"는 말을 들었다. 선의의 충고였지만, 나이 어린 사람에게 초면에 불쑥 그런 말을 들으니 '이런 게 편견이구나' 싶어 울컥했다. 아들은 아빠를 이해했지만 딸(20)은 철저하게 엄마 편이라는 점도 곽씨를 힘들게 했다.

그나마 곽씨는 든든한 직장이 있어 먹고사는 걱정은 하지 않았다. 가난까지 겹칠 때 싱글대디 가정은 더욱 시름이 깊어진다. 경제적으로 어려우면 모든 짐이 아빠 어깨에 집중되기 때문이다.

취재팀이 만난 싱글대디들은 "아빠 노릇을 잘할 수 있게 도와주는 보육 서비스가 절실하다"고 했다. 이들은 전문적인 복지 인력이 싱글대디 가정을 정기적으로 방문해 아빠와 아이들이 잘 지내게 도와주는 시스템을 기대하고 있었다.

☞ [빈곤 늪에 빠진 150만 '한부모 가정'] 상·중·하편 시리즈 보러 가기


"싱글맘들은 책임감이 강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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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유념자각애 | 2010/05/26 15:21 | 고유 길목 혹은 갈림길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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